AI 도구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Claude Code 처음 쓰던 때, 도구 하나에서 답을 다 얻으려고 했습니다. "이 코드 리뷰해줘", "이거 어떻게 만들어줘", "이거 분석해줘." 단일 호출, 단일 답.

그런데 비슷한 작업이 반복되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같은 종류의 작업에는 같은 종류의 처리 순서가 필요했습니다. 매번 사람이 "이건 이렇게 해줘, 저건 저렇게 해줘"를 입력하는 건 사람 속도였습니다.

그래서 자체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dispatch·quality-gate·personas. 단일 도구가 아니라 도구 조합이 만드는 워크플로우입니다.

오늘 이 사이트를 만들면서 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한 세션에 다 봤습니다. 5번의 quality-gate, 1번의 personas, 수십 번의 dispatch가 있었습니다.

패턴 1: dispatch — 의도 기반 라우팅

dispatch는 의도 기반 라우팅으로, 모든 메시지의 첫 단계입니다. 사용자가 무슨 의도로 말했는지를 3개 에이전트가 병렬로 판단합니다.

  • maximizer — "더 깊은 분석이 가능한 스킬은?"
  • synergist — "조합이 1+1>2인가?"
  • pragmatist — "사용자 발화의 진짜 의도는?"

각자 후보 스킬과 예상 성과를 제시합니다. 합의되면 즉시 채택, 이견이면 점수 공식. 매번 사람이 "이거는 /ship으로, 저거는 /review로"를 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심은 키워드 매칭이 아닌 의미론적 의도 분석입니다. "PR 만들어줘"는 단순 매칭으로 처리 가능하지만, "이 변경을 어떻게 마무리하지?"는 맥락 의존입니다. dispatch는 후자도 처리합니다.

패턴 2: quality-gate — 결정론적 평가 루프

quality-gate는 "잘 됐는지 어떻게 알지"를 측정 가능하게 만듭니다.

모호한 목표("세련된 디자인", "안전한 자동화")를 4-7개 측정 가능한 차원으로 분해합니다. 페르소나 N명이 각자 자기 영역만 채점합니다. 평균 4.5/5 + 모든 항목 4점 이상 + BLOCKING 없음이면 PASS. 미달이면 가장 낮은 점수 항목 1-2개를 개선하고 재평가. max 3 사이클.

오늘 5번 사용했습니다.

  • 디자인 톤: 평균 3.28 → 4.44 (3 사이클)
  • 모바일 최적화: 2.75 → 4.75 (3 사이클)
  • 콘텐츠 시드: 4.04 → 4.59 (2 사이클)
  • 자동화 PoC PLAN: 2.5 → v1만 4.33 PASS (1 사이클)
  • 자동화 v1 시연: 4.33 (자체 채점)

각 사이클의 핵심 인사이트는 같았습니다. "평균이 아니라 최저 항목이 통과를 결정한다." 한 항목이 3점이면 평균 4.7이어도 사용자 시각의 약점이 거기 있습니다.

패턴 3: personas — 옵션 비교 토론

personas는 결정에 옵션 공간이 클 때 씁니다. 자동화 PoC 설계가 그랬습니다. 트리거(manual/hook/cron/hybrid), 자동화 수준(L0~L3), 데이터 처리, 보안 — 각 축에 4-5개 옵션. 단일 사고로는 모든 트레이드오프를 못 봅니다.

페르소나 4명을 병렬로 토론시켰습니다. SWE·법무·콘텐츠 전략가·운영 사용자. 각자 같은 4축에 다른 답을 냈습니다. 그 차이가 바로 트레이드오프의 좌표였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 본인 페르소나가 가장 솔직한 BLOCKING을 짚었습니다. 외부 페르소나가 "이 시스템 안전하다"라고 결론 내려도, 본인이 "지속률 35%"라고 하면 시스템 가치는 0입니다. 이건 personas 없이 단일 사고로는 안 보였을 겁니다.

체인 — dispatch → personas → quality-gate

세 패턴이 따로 도는 게 아닙니다. 자주 체인됩니다.

복잡한 결정의 표준 흐름은 이렇습니다.

사용자 메시지
  ↓
dispatch — 의도 분석 + 라우팅 (예: ALTERNATIVE_DETECTED)
  ↓
personas — 옵션 비교 토론 → 결론 도출
  ↓
quality-gate — 결론을 측정 가능 rubric으로 평가 → 통과까지 개선
  ↓
실행

dispatch가 "이건 옵션이 많네"라고 판단하면 personas를 추천합니다. personas의 결론이 나오면 quality-gate가 그 결론을 검증합니다. 사람은 각 단계의 결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승인할 뿐입니다. 구현 단계에서는 Plan Mode로 계획을 확정한 뒤 1-shot으로 실행해 재작업을 줄입니다.

오늘 자동화 PoC가 이 체인을 그대로 거쳤습니다. PLAN 자체가 quality-gate에서 FAIL 됐고, scope를 v1/v2로 분리하니 통과했습니다. 한 사람의 직관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결론이었습니다.

본인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

이 세 패턴은 표준 도구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만들어서 ~/.claude/skills/에 둔 스킬들입니다. CLAUDE.md에 "모든 메시지는 dispatch를 거친다"는 제0원칙을 박아뒀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들었습니다. 스킬 SKILL.md를 쓰고, 디버깅하고, 매번 동작 확인. 그런데 한 번 자리잡으니 모든 후속 작업의 속도가 비선형으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종류 결정이 반복될 때 dispatch가 자동 매칭하고, 같은 종류 평가가 반복될 때 quality-gate가 같은 rubric을 재사용합니다.

이게 본인 시스템의 가치입니다. 매번 처음부터 사고하지 않습니다. 한 번 만들어둔 패턴이 다음 결정의 입구가 됩니다.

함정 — 도구가 목적이 되는 경우

물론 함정이 있습니다.

도구를 만드는 일이 본 작업을 덮는 경우. 스킬 디버깅에 한 주를 쓰면, 그 한 주에 했어야 할 본 작업이 밀립니다. 자동화 vs 거버넌스 trade-off가 여기에도 적용됩니다.

도구가 사고를 좁히는 경우. dispatch가 매번 quality-gate만 추천하면, "이건 quality-gate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도구가 사람의 시야를 좁히면 안 됩니다.

해결책: 도구를 자주 평가합니다. 스킬 자체에 quality-gate를 적용해서 "이 스킬은 4.5점인가?"를 측정합니다. 4점 미만이면 폐기하거나 다시 만듭니다. 도구가 도구를 평가하는 메타 시스템입니다.

결론

AI와 일하는 가장 큰 가치는 단일 도구를 잘 쓰는 게 아닙니다. 본인의 사고 패턴에 맞는 도구 체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dispatch가 라우팅, quality-gate가 검증, personas가 비교. 세 가지가 체인을 이루면 단일 도구 N번 사용보다 결과가 깊습니다. 그리고 한 번 만들어두면 다음 결정마다 재사용됩니다.

AI 도구는 매년 좋아지지만, 본인의 워크플로우를 시스템으로 만드는 사람과 매번 새 도구 하나하나로 끝내는 사람의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매년 새 도구가 나와도 본인 시스템에 흡수할 수 있는지, 아니면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는지의 차이입니다.

오늘 이 사이트가 그 작은 증명입니다. 5번의 quality-gate가 같은 사이클로 디자인·모바일·콘텐츠·자동화를 모두 통과시켰습니다. 같은 도구가 다른 영역에 똑같이 적용됐다는 게 핵심입니다. 도구가 영역마다 다르지 않은 게, 워크플로우의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