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10시, 에이전트가 PR을 올린다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 제가 만든 에이전트가 이 사이트에 글 초안을 PR로 올립니다. 저는 그걸 열어 사건을 다시 세우고, 지어낸 수치를 걷어내고, 제 목소리로 다듬어 머지합니다. 사이트는 그렇게 매주 자랍니다 — 제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이 사이트 자체가 제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AI에게 글을 통째로 맡기지 않고, 반복되는 부분만 자동화한 뒤 판단이 필요한 자리는 제가 쥡니다. 에이전트가 초안을 만들고, 제가 사실과 보이스를 책임지고, commit 한 번으로 인덱스가 갱신됩니다. 이 루프가 6년 묵힌 portfolio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든 장치입니다.

6년 동안 저는 같은 portfolio 하나를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업데이트는 첫 회사 입사 시점. 그 옆으로 매주의 일, 매달의 결정, 매년의 시스템이 흘러갔지만 portfolio에는 한 줄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력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제 이력서를 10초 보고 "이 사람과 일하면 어떨까"를 판단해야 한다면, 그 10초에 들어가는 건 회사 이름·기간·역할명뿐입니다. 그래서 자동화로 갭을 메우기로 했습니다.

이력서가 못 보여주는 것

1. 결과만 있고 판단 과정이 없다

이력서에는 "X 프로젝트를 React로 만들었다"가 한 줄로 들어갑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한 줄은 다음 질문에 답하지 않습니다.

  • 왜 Vue가 아니고 React였나
  • 어떤 대안을 비교했나
  • 무엇을 양보했나
  • 6개월 후에 그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까지 가는 판단의 연속입니다. 그 판단이 가려져 있으면, 결과만 가지고는 그 사람이 다음 결정을 어떻게 내릴지 추측할 수 없습니다.

이력서가 보여주는 건 "이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채용 담당자가 진짜 알고 싶은 건 "이 사람과 일하면 어떤 결정이 나올까"입니다. 두 질문 사이에 큰 갭이 있습니다.

2. 시간이 누적되지 않는다

이력서는 현재 시점의 스냅샷입니다. 매년 갱신하지만 어제와 오늘의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 이름이 바뀌거나 직책이 바뀔 때만 한 줄이 추가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학습은 회사가 바뀔 때가 아닙니다. 매주, 매월, 분기마다 일어납니다. 새 도구를 도입하고, 시스템을 한 번 깨뜨리고, 회고를 통해 다음 달 접근법을 바꿉니다.

이 누적이 이력서에는 단 한 줄도 안 보입니다. 매일 자라는 정원과 매년 한 번 업데이트되는 비석의 차이입니다.

3. 다양한 형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력서는 정해진 양식이 있습니다. 한 페이지, 글머리표, 회사 이름과 기간. 글, 도식, 인터랙티브 데모, 데이터 시각화, 코드 임베드 같은 다양한 표현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어떤 결정은 글로 정리하면 가장 잘 보이고, 어떤 결정은 도식 하나가 100자 글보다 명확합니다. 어떤 작업은 동작하는 데모가 가장 강한 증명입니다. 이력서 한 양식에 모든 걸 밀어넣으면 형식이 내용을 잘라먹습니다.

proof-of-work 사이트의 가치

이력서가 "내가 무엇을 했는가"라면, proof-of-work 사이트는 **"내가 어떻게 일하는가"**입니다.

같은 사람의 같은 경력을 두 양식으로 보여주면 그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 이력서: "5년차 React 개발자. TypeScript·Next.js·자동화 워크플로우."
  • proof-of-work: 십수 개의 케이스 스터디(각각 문제·결정·산출물·임팩트), 수십 편의 디지털 가든 노트, 누적되는 빌더 로그, 매일 자라는 lastTendedAt 메타.

두 번째 양식은 채용 담당자가 10초 안에 "어떤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 사람인지"를 잡을 수 있습니다. 케이스 하나만 클릭해도 그 사람의 결정 흐름이 보이고, 노트 한 편만 읽어도 어떤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지가 보입니다.

10초 룰은 잔인하지만 현실입니다. 이력서에서 10초는 회사 이름·직책만 보고 끝납니다. proof-of-work 사이트에서 10초는 케이스 제목 3개·summary 2-3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같은 10초가 다른 정보를 담습니다.

이 사이트의 4 채널

이 사이트는 네 가지 채널로 "어떻게 일하는가"를 분산해 보여줍니다.

/cases — 문제·결정·산출물·임팩트

각 케이스는 같은 네 칸을 채웁니다. 문제 정의 / 비교한 옵션과 선택 / 만들어진 산출물 / 측정된 임팩트.

이력서의 한 줄이 케이스 하나로 풀어집니다. "프론트엔드 빌드 사이즈 41% 감소" 한 줄이 manualChunks 결정 비교·청크 분포 표·임팩트 측정·다음 단계까지의 전체 흐름으로 보입니다.

/notes — 자라는 디지털 가든

생각의 누적입니다. 한 번에 완성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 Seedling으로 한두 문단, 다듬으며 🌿 Budding, 여러 번 손대면서 🌳 Evergreen.

매 노트에 plantedAt(처음 심은 날짜)과 lastTendedAt(마지막으로 다듬은 날짜) 두 메타를 둡니다. 글이 정원처럼 자라는 게 시각화됩니다.

/logs — 어제와 오늘의 차이

매일·매주의 작은 작업을 시간순으로 기록합니다. "오늘 이걸 만들었음" 같은 한 줄짜리 entry부터, 회고가 있는 긴 entry까지.

이력서가 1년 단위 스냅샷이라면, 로그는 일주일 단위 차분(diff)입니다. 어떤 작업이 자주 일어나는지, 어떤 시기에 어떤 영역에 집중했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uses, /now, /reading — 사람으로서의 입체감

도구·현재 관심사·최근 읽은 글. 직무 외의 맥락이 들어갑니다. 이력서가 "직장인으로서의 한 사람"만 보여준다면, 이 페이지들은 "한 사람으로서의 직장인"을 보여줍니다.

채용은 동료를 고르는 일이고, 동료는 직무 외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입체감이 LinkedIn에는 절대 안 들어갑니다.

매일 다듬는 시스템

proof-of-work 사이트가 이력서보다 강한 이유는 콘텐츠가 풍부해서가 아닙니다. 매일 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력서는 분기에 한 번 업데이트하면 잘 한 것입니다. 사이트는 매일 한 줄이라도 다듬어야 살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이트 footer에 "Last updated 6 months ago"라고 적혀있으면, 그 사이트는 죽은 사이트입니다.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지 않으면 매일 다듬는 일은 안 됩니다. 사람의 의지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한 달 안에 멈춥니다. 그래서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일을 떠넘겼습니다.

  • 주간 에이전트가 월요일 10시에 글 초안 PR을 자동 생성 — 빈 페이지에서 시작하지 않게
  • lastTendedAt을 frontmatter에 강제 — 안 다듬으면 티가 나게
  • Logs는 entry 추가가 commit 한 번 — 마찰을 0에 가깝게
  • Notes는 짧은 추가가 즉시 garden 인덱스 갱신 — 한 문단도 살아있게
  • Cross-link이 그래프를 만들어 한 노트의 갱신이 다른 노트의 가시성도 살림

핵심은 에이전트에게 글쓰기를 시키는 게 아니라, 제가 판단해야 할 자리와 기계가 반복하면 되는 자리를 갈라놓는 설계입니다. 초안 생성·인덱싱·메타 강제는 기계가, 사실 검증·결정의 서술·보이스는 제가. 그래서 매일 큰 글 한 편이 아니라, 매일 작은 갱신 5개가 쌓입니다.

채용 시장이 바뀌었다

ChatGPT 시대 이전과 이후, 이력서의 가치가 바뀌었습니다.

이력서를 잘 쓰는 것도 이제 AI가 합니다. 같은 이력서 양식 안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수준의 "잘 정리된 한 페이지"가 나옵니다. 변별력이 떨어집니다.

채용 담당자도 이걸 압니다. 그래서 "이력서 너머의 증거"를 봅니다. GitHub 활동, 블로그 글, 개인 사이트, 오픈소스 기여. 이 모두가 proof-of-work입니다.

이력서가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력서 한 장으로 끝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같은 사람의 같은 경력을 어떤 형태로 보여주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결론

이력서 한 장은 6년의 시간을 압축하기에 너무 작습니다.

이력서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10초 안에 1차 거름망의 역할은 여전히 합니다. 그 다음에 "이 사람과 일하면 어떨까"를 판단하는 자리에서는 proof-of-work 사이트가 필요합니다.

이 사이트는 그 두 번째 자리에 들어가려는 시도입니다. 케이스로 결정을 보여주고, 노트로 학습을 누적하고, 로그로 시간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이전트가 매주 초안을 올리고 제가 다듬는 루프 위에서 매일 자랍니다.

저를 한 줄로 기억하셔야 한다면 이렇게 적어 주세요: 이력서가 비석이라면, 이 사이트는 제가 직접 만들어 매주 돌리는, 살아 자라는 정원입니다.

관련: /notes/recruiter-10-seco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