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자동화 PoC 설계 화면을 띄워놓고 한 시간째 멈춰 있었다. 트리거·자동화 레벨·데이터·보안 4축에 각각 4개 옵션, 조합이 16가지. 혼자 노트에 장단점을 적어 내려가는데, 적을수록 내 시야가 한쪽으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보안 리스크를 적으면 운영 편의를 잊고, 편의를 적으면 정보 유출을 잊었다.

문제는 명확했다. 같은 모델(나든 Claude든)이 4축을 한 번에 답하면 confirmation bias가 누적된다. 보안 검토자의 눈, 운영자의 눈, 콘텐츠 전략가의 눈이 동시에 필요한데 — 내 머릿속엔 그 눈이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눈을 바깥에 만들기로 했다.

의사결정

처음엔 한 LLM에 "옵션들 비교해줘"라고 던졌다. 답은 매끄러웠지만 결국 한 시야였다 — 내가 빠졌던 그 함정에 모델도 똑같이 빠졌다. 직접 4역할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도 해봤지만, 보안 검토자를 연기하다 보면 어느새 운영자 말투가 섞였다. 외부 자문은 즉시성이 없었다.

그래서 4 페르소나를 각각 별도 Agent로 병렬 스폰했다. 시니어 자동화 SWE, 개인정보·보안 검토자, 콘텐츠 전략가, 그리고 운영 부담을 직접 지는 본인. 같은 모델이라도 컨텍스트를 분리하면 시야가 진짜로 갈린다. 각 Agent에는 토론 전 트레이드오프 렌즈(되돌릴 수 있는 결정인가, 본질적 복잡성인가)를 쥐여줬고, 답을 모두 같은 JSON 형식으로 받게 해 16개 조합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산출물

네 Agent가 같은 16개 조합에 각자의 표를 던졌고, 답이 갈리는 지점이 그대로 토론의 핵심이 됐다.

  • 시니어 자동화 SWE는 트리거를 자동(D)으로 밀었다. 다만 숨은 복잡성 하나를 짚었다 — Codex transcript 정규화가 생각보다 무겁다.
  • 보안 검토자는 한 축에서 단호했다. "L3 자동화 + 자동 redaction 조합은 one-way door다. 한 번 새면 되돌릴 수 없으니 절대 금지." 내가 편의를 보던 자리에서 그는 출구 없는 문을 봤다.
  • 콘텐츠 전략가는 자동화의 정의 자체를 다시 잡았다. "이건 글을 더 쓰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쓸 만한 순간을 놓치지 않게 하는 알람이다."
  • 운영자 본인은 가장 솔직한 숫자를 내놓았다. 이런 자동화의 현실 지속률은 35%. 그리고 외부 페르소나 누구도 1순위로 적지 않은 한 줄 — "가장 두려운 건 회사 정보 유출 1건".

합의가 안 되는 축은 억지로 봉합하지 않았다. 갈린 채로 그대로 노출하고, quality-gate가 객관적으로 측정하게 뒀다. 그 토론을 거쳐 나온 최종 PLAN은:

  • 트리거: 수동(/daily-log)으로 시작, 향후 hybrid 어댑터
  • 자동화 레벨: L1 — 네 페르소나 만장일치
  • 데이터: .cache + 명시적 promote 하이브리드
  • 보안: 구조적 격리 + 다중 게이트

임팩트

토론이 끝났을 때 손에 남은 건 결정 4개만이 아니었다.

  • 혼자 노트를 채울 때 끝내 못 봤던 보안 BLOCKING 7개 시나리오가 자동으로 드러났다. 한 시간 멈춰 있던 진짜 이유가 거기 있었다.
  • v1(시연용)과 v2(운영용)를 분리하자는 결론은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 페르소나 충돌이 강제로 밀어붙인 산물이었다.
  • 외부 페르소나 셋이 "기능적 위험"을 훑는 동안, 운영자 본인만 **지속 가능성(35%)**이라는 다른 종류의 위험을 짚었다. 토론에 당사자를 끼워 넣어야 보이는 사각이 있었다.
  • 그 뒤로 모든 결정에 "이건 되돌릴 수 있는 문인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 붙었다.

회고

페르소나 토론의 진짜 가치는 시야의 차이를 강제로 노출하는 데 있다. 같은 사람이 4역할을 다 맡으면 무의식적으로 한쪽으로 수렴하지만, Agent 4개로 컨텍스트를 쪼개면 시야가 실제로 갈린다.

핵심은 그 토론에 운영자 본인을 끼워 넣은 것이었다. 외부 페르소나가 "이게 깨질 수 있다"를 볼 때, 당사자만 "이걸 내가 계속 쓸 수 있나"를 본다. 둘 다 있어야 결정이 산다.

혼자선 한 시야밖에 못 갖지만, 시야를 병렬로 스폰하면 내가 못 본 구멍이 스스로 손을 든다 — 나는 그렇게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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